[서평] 과학에 좀 더 취하게 하기 위해서는.. ::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enif.s.review

결코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기억나는 강연과 기억나는 책을 꼽으라면,
강의는 박사과정때 들었던 인하대학교 김형순 교수님의 "영어논문 작성법"이고,
책은 랜디올슨의 "말문트인 과학자 Don't Be Such a Scientist (정은문고)" 이다.

전자는 강의 자체에서 감동을 받았다기 보다는,
강의 내용의 핵심이었던 Why, How, What, So What 이라는 네 개의 키워드가 
지금까지도 머리 한복판에 박혀 나의 삶을 움직이고 있기에 잊을 수 가 없는 것이고,

후자는 재료공학의 전공자로서, 
많은 시간 학생들에게 자연계 논술이라는 아주 독특한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는 사람으로서,
과학을 가지고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고 싶어하는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아직도 베스트 책으로 꼽고 있다.

그 책은 너무나도 감동한 나머지 주변에 미친듯이 선물로도 뿌려댔고,
이공계출신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흔히 하는 이야기로 "난 전형적인 이과라 국어와 글쓰기따위는 맞지 않아"라고 떠들고 다녔지만,
언제부터인지 글쓰기라고 쓰고 "생각하는 방법 way of thinking"이라고 읽는 것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긴 호흡의 소설들을 상대적으로 힘들어하는 못난 이공계출신인지라 에세이같은 짧은 책을 주로 읽으며 지냈는데, 
그 선택의 대상 중 글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되었다. 

말하기와 글쓰기도 결국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전혀 이과스럽지 않은 입장에서 이과 마인드로 똘똘뭉친 내 가슴에 이야기를 깊숙히 꽂아주었던,
유정아씨의 "당신은 상대의 아픔을 보지못했다"와 멋진 책도 만나게 되었고,
여전히 이과스러운 입장에서 많은 과학자들의 글쓰기와 말하기에 대해 관심을 더욱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얼마전,

SNS를 통해 "강석기의 과학까페 Season 3: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을 알게 되었고,
(신청 메세지에도 밝혔듯이) 선정이 안되어도 꼭 사서 읽어봐야 겠다는 마음으로 서평 이벤트에 참가, 이런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MID 출판사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서론이 정말 길다.
결국 내가 이 서평에서 메인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서문과 서론 introduction 에 관련된 것이 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긴 서문을 쓰고 있는 나를 보고 있노라니 "나는 아직 글쓰기를 하려면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내 입장을 한장의 사진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이 책의 목적과,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같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대중에게 최대한 잘 알려주기 위함"


생각이 없이 그냥 표지 사진을 찍었다면 이렇게 찍었겠지만,
조금이라도 글쓰는 사람의 마음을 담아서 찍는 시도는 해야한다고 생각했기에.

그런 입장에서 표지의 아래 두줄은 띠로 둘렀어야 하는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띠도 싫어한다.)
만약에 이책이 어마어마한 책이 된다면 (그러지 말라는 보장이 있는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때 저 문구는 어쩔 것이지..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색안경을 끼게된 서문.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색안경은 가져다 버렸지만, 그랬기에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위에서 보는대로 이 책은 저자가 여기저기에서 썼던 글 중 괜찮은 것을 추려 보완하여 묶어낸 책으로,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하나하나의 글에는 정성이 가득하고, 위트와 재치가 넘친다. (정말이다.)


약물 재활용에 관련된 에세이의 마지막에 인용된 김춘수 시인의 "꽃"은 감히 이책의 "꽃"이라 할만 하다.

하지만 이런 멋진 글을 써내려간 저자가,
독자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될 서문을 저렇게 써놓았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ㅠㅠ

만약 책의 내용이 저자의 글이 아니라면 edtted by 가 맞는 표현이었겠지만,
어쨌든 저자가 쓰고 저자가 편집한 ""새로운 책"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전 만난 인포그래픽스에 관한 책인 "월스트리트저널 인포그래픽가이드" 원서에서는,
저자가 감사의 마음을 Special thanks to 파이그래프로 나타내며 자신의 센스를 만천하에 알렸는데,
번역자가 그 파이그래프를 없애버린 재앙도 있었다. ㅜㅜ

들어갈 에세이를 선정하고 순서를 정하며 내용을 일부 수정하는 노력은 분명히 했겠지만, 
온전히 이 책을 출간하는 마음을 담아 좀 더 멋진 서문을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바램이 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독자도 그렇듯이 저자도 그러하겠지만, 과학을 다루는 책이다보니 그 배경지식의 수준이 천차만별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입장에서 어느 에세이는 너무 전공용어가 난무하고, 어떤 에세이는 너무 친절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달린 위와 같은 주석은 "필요하면 니가 찾아 보던가"라는 약간은 서운한 마음을 느끼게도 한다.

오히려 편수를 조금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이해를 돕기위한 새로운 일러스트가 들어가거나, 좀 더 구체적인 분자구조 등은 뒤에 정리를 해주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평은 이걸로 끝내고 싶다.
이것 말고는 정말 다 마음에 들고 읽어볼만한 글인데다가,
내용 자체를 스포일링하면 그건 만화책의 비닐포장을 뜯는 것과 똑같은 행위일테니.

아....김춘수의 꽃을 이야기한건 죄송할 따름.ㅎㅎ

칼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리메이크되고,
팟 캐스트에서는 과학과 사람들 - 과학하고 앉아있네가 올라오는 
이런 이공계적으로 환영할만한 입장에서,

사람들이 좀 더 과학을 취하고, 사람들이 좀 더 과학에 취하는 날을 기대하며 서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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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미나보니따 2014/04/10 09:17 # 삭제 답글

    난 오늘까지도 취한것 같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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