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숲을 만나러 갑니다 part.1 시간의 숲을 만나다 enif.n.yakushima

이 글이 마지막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는 모릅니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이 생겼는데, 
그 일이 어떻게 시작되어, 마지막에 어떻게 끝이 날지를, 그 과정을 솔직히 기록하고 싶어졌습니다.

겉보기의 목표는 야쿠시마로 가서, 이 7200년 된 삼나무 - 조몬스기 縄文杉 를 보고 느끼는 것이지만,
그 목표보다는 그곳을 향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그때의 제 생각을 남기고 싶은 것입니다.

이 일의 시작은 CGV의 영화다양성 프로그램인 무비꼴라쥬의 영화 "시간의 숲"에서 시작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분당의 오리역의 모 오피스텔이고, 그 뒤쪽엔 영화관 CGV 오리가 있습니다.

분당 초기에 생긴 이 영화관은 초기에 분당과 죽전, 수지 피플에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두블럭 거리에 CGV 죽전이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많이 줄어들었죠.
극장 입장에서는 안타깝지만, 바로 옆에 사는 1인으로서는 한가한 극장이 반가울 따름입니다.
가끔씩 평일의 마지막 회차를 혼자 관람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도 있으니까죠.^^

그런 장점 이외에 CGV 오리에는 또하나의 장점. 바로 무비꼴라쥬 상영관이 있다는 것!


전국에 수 많은 CGV 중에서 무비꼴라쥬 상영관을 가지고 있는 곳은 단 8곳 뿐인데, 그 중 하나가 오리 CGV라니 반가울 따름입니다.


네네, 이쯤에서 좀 솔직해져야겠습니다.

처음엔 무비꼴라쥬 따위(?)엔 별로 신경도 안썼습니다.
화려한 액션이나 배꼽잡는 코메디, 아니면 분위기잡을 멜로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벅찼으니까요.

그런데 제 생활 특성상 기간별로 바쁘고, 한가하고가 좀 정해지는 편인데,
한가한 때, 즉, 영화를 볼 시간이 많은 때엔 영화를 몰아서 보기 때문에 순식간에 개봉작을 다 봐버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는 영화를 둘러보면, 마지막에 무비꼴라쥬의 이름 모를 감독의 이름 모를 영화가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죠.

그런 영화들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보기 시작하다가 대박 영화를 하나 만납니다.

바로 민용근 감독의 혜화,동. 솔직히 이 영화를 오리 CGV에서 볼 때 처음엔 실패했습니다.
마지막회에 상영되는 독립영화를 예매도 안하고 상영 5분전에 가서 표내놓으라고 하니 표가 매진이라더군요.
ㅋㅋㅋㅋㅋ 웃음만 나오는 직원의 반응이었지만,
그때 상영 일정시간 전까지 표가 하나도 안팔리면 상사이 취소되나보다..라는 비공식적인(?) 정보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다시 시간을 맞춰 영화를 보고,
그 영화가 너무 맘에 들어 민용근 감독님을 초청해가며 영화를 지인들과 다시 보고자 했지만 그 사이 오리 CGV에서는 상영을 내려버렸다죠.
결국 나중에 KU 씨네마테크에서 진행된 GV를 찾아가기까지...완전 의지의 한국인입니다.ㅋㅋㅋ

아무튼 영화 <혜화,동>을 계기로,무비꼴라쥬에서 좋은 영화가 많이 상영되고, 내가 많이 놓치고 있었구나..를 깨닫게 되었고,
그 후로 상영시간표를 볼 때엔 무비꼴라쥬의 프로그램을 항상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죠.




물론 자리는 항상 G04 ^^


서론 엄청 길었군요..라고 쓰고 싶지만, 
사실 이번 포스팅 자체가 영화에 대한 간단한 느낌을 적은 글일 수 도 있지만, 전체로 보았을 땐 서론에 해당 되겠네요.

이러한 내용들이 바로 제가 영화 "시간의 숲"을 만나게 된 배경입니다.

2012년 4월 21일 23시 50분. 오리 CGV 8관 무비꼴라쥬의 프로그램은 바로 "시간의 숲" 이었죠.
최근 영화를 볼 땐 한가지 습관이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소개는 딱 두줄만 읽는 다는 것.

그러다보니 얼마전에는 영화 소개에서 CIA 여원인 두 친구는...이라는 문구를 보고 선택한 영화가 "디스 민즈 워"
그 러브러브 모드의 영화를 혼자 영화관 한가운데 앉아서 봤더랬죠.ㅋㅋㅋ

시간의 숲에 대한 소개에서 기억이 남는건 배우 박용우, 일본의 여배우 아무개, 그리고 여행. 이 세가지 단어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예상되는 영화는 그냥 독백식으로 여행을 다니며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영화정도?


하지만 덜깎은 수염에 피곤에 찌든 얼굴을 하고 스크린에 나타난 박용우를 보면서,
오히려 "이 영화 무언가 상큼하겠는데?" 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합니다.

다큐스타일의 영화이다보니 주인공의 이름도 당연히 박용우입니다.
주인공 박용우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감독과 나누고, 비행기를 타고, 배를 탑니다.
왜 쓸데없이 배를 타는지도 몰랐고, 어디를 향하는지도 몰랐죠. 그냥 여행가나보다-라고만.

목적지에 도착을 하고, 화면에 울창한 숲이 있는 산이 배경으로 깔리면서, 여자 주인공 타다키 리나가 등장합니다.

이때 드는 생각을 솔직히 말하자면 역시 숲과 산은 "배경"이었고,

"이 여자배우 좀 내스타일인데?" 정도? ㅎㅎㅎ

타카기 리나 / 高木りな
한국이 좋아 한국에 자주 다니며 인연을 쌓게 되었고, 한국 드라마 떼루아를 비롯, 몇몇 CF에 출연을 하게 된 1979년生 일본의 여배우입니다.
여유가있을때 이 배우에 대해 좀 자세히 알아보도록하죠.^^

이렇게 자연스럽게 핸디캠으로 서로를 촬영하며, 솔직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 방식으로 영화는 진행됩니다.
배우가 시나리오의 인물이 되어 다른 사람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이 일반적인 영화라면,
이 영화는 배우가 자기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죠.

이 남자. 여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군요.^^

배우들의, 아니 인간 박용우와 타카키 리나의 솔직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영화의 큰 부분이겠지만,
결국 이 영화는 이 주인공들의 시선을 통해 야쿠시마 섬의 삼나무 숲에서 가장 오래된 삼나무 조몬스기를 만나러가기 위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바로 이 나무 말이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 이 영화에서도 "조몬스기를 꼭 보러가야겠다"가 메인은 아닙니다.

이런 숲과 나무를,

때로는 작은 풀과 이끼를,

이렇게 손과 마음으로 느끼며 그것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게 바로 이 영화의 테마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충분히 그걸 느낀 것 같구요.
어떤 분은 산림욕을 하고 나온 것 같다는 평을 쓰시기도 하셨는데, 정말 그곳에 다녀온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갈 무렵. 슬슬 생각을 합니다. 당장 월요일 비행기를 잡아타고 일본으로 넘어가야 겠다고.

그리고.

집으로 와서 폭풍검색을 한 후, 야쿠시마는 생각보다 가기가 만만치 않으며,
조몬스기는 지금의 제 몸상태로는 힘들다는 것을 알았네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그곳에 가서 그 숲을, 그 나무들을, 그 자연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에 품고,
이렇게 조심스레 첫발을 내딛습니다.


왜냐구요?


숲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을테니까, 그리고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으니까요.





덧글

  • 막햄 2012/04/24 10:38 # 삭제 답글

    미안합니다. 이영화 볼 예정이라 일단 스크롤 훅 내려버림요 ㅋ
    어제 보려고 했는데 못봤음 ㅠ 무지꼴라쥬 영화들 너무 좋아~~
  • enif 2012/04/24 11:02 #

    영화 스포일러는 별로 없다.
    무지꼴라쥬라니...어제 마신 술이 아직도 안깬거냐? ㅉㅉ
  • 막햄 2012/04/26 16:14 # 삭제

    컹........ 월욜에 소주 두잔밖에 안마셨수다 그냥 오타라규 -ㅂ-
  • 러움 2012/04/24 12:13 # 답글

    여자가 걸친 스카프가 예쁘네요. ^__^
    저도 산림욕하러 떠나고 싶어집니다 후후히히히히..
  • enif 2012/04/24 17:30 #

    남친한테 사달라고 하세요 ㅋㅋㅋㅋ
  • ㅍㅍ 2012/04/24 15:02 # 삭제 답글

    요즘 뇌호흡에 관심이 가던데 이런데서 숨한번 크게 쉬어주면 정말이지 몸청소가 제대로 될듯하네 ㅎㅎ
  • enif 2012/04/24 17:30 #

    요즘 숲이 떙깁니다.ㅎㅎㅎㅎㅎ
  • 카이º 2012/04/24 19:40 # 답글

    아.. 저런 메이저영화가 아닌 작품들을 보는거 너무 멋져요..
    한때는 저도 마이너영화[라고 하기도 뭣하지만..]들 많이 봤는데 그 특유의 분위기가 좋더라구요~
    무비꼴라쥬가 오리점이 있었군요
    서울권은 어디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유되면 꼭 찾아서 가봐야겠어요!
  • enif 2012/04/25 15:35 #

    카이님집하고는 그나마 강변이나 대학로가 가까울것 같네요.^^
  • 2012/04/25 12:40 # 삭제 답글

    우선. 청계산 부터 가셔서 몸을 만드심이..
  • enif 2012/04/25 15:35 #

    장기프로젝트에 포함되어있다.ㅋㅋㅋ
  • 모모코 2012/04/27 10:52 # 삭제 답글

    아아 저도 압구정 무비꼴라쥬 덕분에 아주 잘 보고 있습니다. 어제는 킹메이커를 봤네요. 흑백을 볼까 하다가...
  • enif 2012/04/29 22:23 #

    흑백의미학전...완전 땡겨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